시가 있는 동작 - 가을 단상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7.01 09:00 의견 0


가을 단상

이강희

볕 좋은 마당에 있어야 할 반 만 붉은 고추 용케도 탄저병 피해 등거리 맞대고 남은 정
박박 긁어 매콤한 이야기로 두런두런 그러다 빠알갛게 부르튼 입술을 더듬는다


꺼먹케 익은 손으로 익은 고추 고르다 매운 얼굴이 된 30년 지기 고된 잠꼬대가 곱살스럽게
마른 가슴에 안겨 익은 고추 내음 풍기네 힘들었던 하루가 내 놀이터 거실 귀퉁이 차지한 학독에 앉아 잘게 부서져 겉절이 속을 뒤집는다


노을 진 머슴 밥반찬 늬가 최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입가심으로 풋내 남은 겉절이만큼 들큼한 안주가 또 있을까 얼큰한 눈에 들어온 당신의 고추 빛 일 년 맛나게 널린 거실 밖에선 독오른 여름이랑 풋내기 가을이랑 가을장마 속에서 으르렁 으르렁 노래합니다


살아줘서 고맙소


이강희

시마을문학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국제 PEN 한국본부 회원,
계간문예 회원,

시집, 『방죽 붕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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