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간병일기, 립스틱 하우스(37) - 조신(操身)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5.10 09:40 의견 0

21. 6월 6일 립스틱 하우스 첫날
22. 6월 7일 립스틱 윈도우
23. 6월 8일 늙기란 미움을 사는 일
24. 6월 11일 간병 10계명
25. 6월 12일 잠을 설치다
26. 6월 13일 립스틱 모닝
27. 6월 14일 휠체어 예찬
28. 6월 18일 삶이란 차츰씩 방향을 잃어가는 것
29. 6월 20일 죽어감에 대하여
30. 6월 22일 죽어감에 대하여 2
31. 6월 23일 걷기와 숨쉬기
32. 6월 24일 지금 안다고 해서 미래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33. 6월 25일 립스틱 유니버스
34. 6월 26일 약에 대하여
35. 6월 28일 대신 숨 쉴 수는 없는 노릇
36. 6월 29일 요양등급신청을 하면서
37. 6월 29일 조신(操身)
38. 7월 4일 베갯잇꽃
39. 7월 5일 대화의 기술
40. 7월 7일 립스틱 도어
41. 7월 9일 립스틱 딕셔너리
42. 7월 10일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43. 7월 11일 혼(魂)과 백(魄)
44. 7월 16일 죽음과 삶
45. 7월 17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6. 7월 20일 아닌 밤중에
47. 7월 31일 립스틱 모닝 2
48. 7월 31일 오늘을 사는 게 인생이다
49. 8월 3일 일상(日常)
50. 8월 12일 장조림과 오이지
51. 8월 13일 운동과 오락, 습관에 대하여

6월 29일, 조신(操身)


드디어 여동생이 지쳤다. 파출부를 간병인으로 불러놓고 제 몸을 돌보러 갔다. 감기 몸살에 설사까지… 장염이란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니 목소리가 말이 아니다.

간병이 벌써 두 달 가까이… 그럴 만한 때도 됐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이래나 저래라 그의 성의와 소신을 건드릴 순 없다. 크든 작든 그건 조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협의하고 통보받아 공동의 스케줄에 짜맞출 뿐… 오히려 스케줄을 못 지키는 그의 건강을 먼저 걱정해줘야 한다.

여태껏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단 생각이 든다. 그 잘난 역사와 철학에 매달려 남의 생각을 다듬으려 하고, 그 잘난 인내와 노력에 매달려 모범을 보이려 하고, 그 잘난 규범과 윤리에 매달려 잘잘못을 가름하려 하고, 그 잘난 문학과 예술에 매달려 삶을 꾸미고자 했으니… 병에 걸려도 중병에 걸린 것이다. 그러면서 병에 걸린 줄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거야.

오, 나의 가까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꼬!

당장에 몸의 타성을 버릴 순 없으나 마음의 타성은 버리기로 한다. 몸이 마음을 따르기까지… 조신(操身)의 뜻을 새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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