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6월 6일 립스틱 하우스 첫날
22. 6월 7일 립스틱 윈도우
23. 6월 8일 늙기란 미움을 사는 일
24. 6월 11일 간병 10계명
25. 6월 12일 잠을 설치다
26. 6월 13일 립스틱 모닝
27. 6월 14일 휠체어 예찬
28. 6월 18일 삶이란 차츰씩 방향을 잃어가는 것
29. 6월 20일 죽어감에 대하여
30. 6월 22일 죽어감에 대하여 2
31. 6월 23일 걷기와 숨쉬기
32. 6월 24일 지금 안다고 해서 미래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33. 6월 25일 립스틱 유니버스
34. 6월 26일 약에 대하여
35. 6월 28일 대신 숨 쉴 수는 없는 노릇
36. 6월 29일 요양등급신청을 하면서
37. 6월 29일 조신(操身)
38. 7월 4일 베갯잇꽃
39. 7월 5일 대화의 기술
40. 7월 7일 립스틱 도어
41. 7월 9일 립스틱 딕셔너리
42. 7월 10일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43. 7월 11일 혼(魂)과 백(魄)
44. 7월 16일 죽음과 삶
45. 7월 17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6. 7월 20일 아닌 밤중에
47. 7월 31일 립스틱 모닝 2
48. 8월 1일 오늘을 사는 게 인생이다
49. 8월 3일 일상(日常)
50. 8월 12일 장조림과 오이지
51. 8월 13일 운동과 오락, 습관에 대하여

6월 6일, 립스틱 하우스 첫날


"속 다스리는 거 하나만 하세요. 그건 누가 대신해줄 수 없거든요."

속이 몹시 답답하다는 아버지에게 목적이 있는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구겨진 인상이 쉽사리 펴지질 않는다. 곁에서 위로하는 어머니…

"속이 불편해요? 여기? 여기? 여기? 너무 안 먹어도 속이 불편해요."

여기저기 배를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 위로 슬쩍 아버지의 손이 포개졌다. 그리곤 놓질 않는다. 눈까지 지그시 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 보노라니, 아버지 젊은 시절에도 배가 아파 그랬던(!) 적이 있었을 성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아버지 속을 다스리시네.

"아버지, 내일은 아침 일찍 퇴원 수속을 밟으려고 해요. 속을 더 다스려야 하는데… 이젠 집에서 다스리기로 하죠, 뭐."

"그래."

겨우 한 마디… 아버지의 표정이 잠시 밝았다가 무표정해지고… 어머니의 입가에 은근히 미소가 돈다. 립스틱 하우스의 첫날 자정이 그렇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