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56) - 요지경 수능점수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12.27 14:04 | 최종 수정 2021.12.27 14:40 의견 0

재수에서도 실패하여 한 번 더 수능을 본 학생은 군대를 가게 되니 반드시 대학을 붙어야 한다며 상담에 매달렸다. 그런데 그 핵생이 지원한 대학 학과는 배치점수로는 20점은 남았기에 반드시 붙으니 걱정 말라고 상담자가 말했단다. 그런데 결과는 낙방. 20점 남는다는 수능 점수란 어떤 의미일까?

재수에서도 실패하여 한 번 더 수능을 본 학생은 군대를 가게 되니 반드시 대학을 붙어야 한다며 상담에 매달렸다. 그런데 그 핵생이 지원한 대학 학과는 배치점수로는 20점은 남았기에 반드시 붙으니 걱정 말라고 상담자가 말했단다. 그런데 결과는 낙방. 20점 남는다는 수능 점수란 어떤 의미일까?

수능을 보면 처음 알 수 있는 점수는 학생이 스스로 가채점을 해서 나온 원점수이다. 이 원점수는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은 100점 만점이고, 탐구 영역과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50점 만점이다. 그런데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는 나타나지 않고 표준점수만 나타난다. 표준점수는 각 영역 내에 선택과목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본 학생들의 성적을 조정한 점수이다. 수능 채점 뒤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발표된 이후에는 원점수는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 그래서 원점수로 지원 대학을 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2022학년도 표준점수로 보면, 최고점은 원점수 100점을 맞은 경우이며 국어는 149점(28명), 수학은 147점(2,702명)이다. 사회는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가 68점으로 가장 높고 생활과 윤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가 66점으로 같으며, 한국지리 65, 정치와 법은 63점이다. 사회탐구를 주로 선택한 학생은 68점짜리 두 과목을 택한 학생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과학은 지구과학Ⅱ는 77점, 지구과학Ⅰ 74점, 물리학Ⅰ과 생명과학Ⅰ은 72점, 화학Ⅱ와 생명과학Ⅱ는 69점, 화학Ⅰ, 물리학Ⅱ는 68점이었다. 수험생 중 지구과학Ⅱ와 물리학Ⅰ이나 생명과학Ⅰ을 택한 학생은 149점인데 화학Ⅰ, 물리학Ⅱ를 택한 수험생은 136점을 받아 13점 차이가 난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국어는 원점수 100점일 때 표준점수는 144점, 수학은 가, 나형이 있었는데 가형과 나형 모두 137점이었다. 사회과목에서는 사회문화가 71점, 경제, 정치와 법이 69점으로 사회문화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과학은 지구과학Ⅰ이 72점으로 가장 높았고 물리학Ⅰ이 64점으로 가장 낮았다.
2022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영역에 선택과목이 있었는데 선택과목별로 공통과목의 평균점을 비교하여 보정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어떤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상위 점수를 받았는지는 채점 결과 발표에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국어, 수학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탐구 영역에서 두 과목을 선택할 때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는 사전에는 알 수 없다. 시험을 보고 난 뒤에야 성적을 보고 자신이 선택한 과목이 성공적 선택이었는지 후회막심한 선택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수능을 깜깜이 전형요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는 올해 정시 전형부터 탐구 영역에서 보정점수를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은 149점인데 화학Ⅰ, 물리학Ⅱ를 택한 수험생은 136점을 받아 13점 차이가 난다.

연세대는 백분위를 활용하여 점수를 보정한다. 과학탐구에서 백분위 100이면 71점, 백분위 99면 68.81, 98이면 67.56점을 받는다. 생명과학Ⅰ와 지구과학Ⅱ의 만점자 백분위는 모두 100이므로 142점이고, 화학Ⅰ의 최고점 백분위는 100이지만 물리학Ⅱ의 최고점 백분위는 99이므로 139.81로 총점에서 2.19점 차이가 난다. 서울대 방식의 차이에 비하면 차이가 덜 나지만 2.19점 차이도 적은 점수 차이가 아니다.

성균관대학교는 사회탐구는 백분위 100일 때 69.5점, 95일 때는 68.12점을 주었는데, 과학탐구는 백분위 100에 68점을 부여해서 과학탐구를 본 학생은 최고점을 맞더라도 사회탐구 백분의 95보다 못한 점수를 받도록 보정했다.

이렇게 대학마다 다른 점수로 반영되어야 하는 근거가 무엇일까?

점수의 변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역별 반영비가 다르므로 실제로 반영되는 점수는 또 달라진다. 서울대는 대부분 모집단위에서 국어 100%, 수학 120% 탐구 80%를 반영하여 성적을 산출한다. 총점이 같아도 수학 성적이 높은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연세대는 이공계의 경우 국어 100%, 수학 150%, 과학탐구 150%를 반영하여 성적을 산출한다. 역시 총점이 같아도 수학 성적이 높은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의 영향력도 대학별로 다르다. 영어는 서울대는 2등급은 1등급에 비해 0.5점 적은 점수를 반영하지만 연세대는 5점 적은 점수를 반영한다. 반영 방식도 다르다. 서울대는 총점에서 0.5점 감점하는 방식인데 연세대는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을 반영한다. 이런 반영 방식과 보정 방식의 다름은 서울대와 연세대의 다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총점은 같은데 수학에서 미적분을 택하고 과학탐구에 응시한 학생이 수학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지원 모집단위를 이공계로 선택하지 않고 상경계로 선택했을 때 성적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이공계는 지원자 유출로 합격선이 내려가고 상경계는 합격선이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점수의 상승과 하락 폭은 아무도 모른다.

수능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5학년도에 도입된 과목 선택형 수능 이후부터는 총점에 의한 누적분포를 발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시 대입 지도를 연구하는 선생님들과 입시 회사에서는 추정 누적 분포를 만들고 이에 따라 모집단위별 배치점수를 제시한다. 즉 대학은 석차 순으로 가게 되므로 1만등이라면 이 정도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치표를 보는 첫 단계에서 수험생은 자신이 맞은 점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석차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모르므로 스스로는 아무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대학은 정원만큼 학생을 선발하므로 어느 대학의 어느 모집단위에 이르면 대강 어느 정도 석차가 되는지는 알아야 배치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정시 인원이 늘어나서 1만등으로 갈 수 있던 대학을 1만 2천등에 갈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런 요인은 차치하고라도, 뽑는 인원이 확정되는 시기는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고 난 뒤이므로 모든 것이 확정되기 전에는 뜬구름 잡는 상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종 모집인원이 확정되기 전에는 상담도 의미가 적다. 또한 추정 점수를 넣은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나온 뒤에도 역시 대학별 반영 방법도 다르고 그에 따른 석차도 달라지게 되므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그러니 진학 상담자도 내담자도 프로그램을 돌려 합격 가능성에 의존하여 지원할 수밖에 없다.

한 줄기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내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지원하는 대학을 탐색하고 합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참으로 쉽고 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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