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 서예와 번역의 SNS 콜라보(12) - 사우(四友 )

미 시카고의 서예가 지효(芝曉)와 서울의 번역가 이로미가 만나다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11.24 18:46 의견 0

사우(四友) / 신흠

오동은 천년을 묵어도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을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바탕을 잃지 않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 돋네


無題 / 申欽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해설과 풀이]

신흠(申欽;1566~1628)은 조선 중기의 문신(文臣). 호는 상촌(象村)

이 글은 그의 <象村集(상촌집)> 중 野言(야언;재야에서 아룁니다)에 실린 시로, 오동나무, 매화, 달, 버드나무 등 사우(四友)를 빌어 지조를 잃지 않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삶을 읊었죠. 야언은 산중독언(山中獨言;산속에서 외로이 아룁니다)과 함께 신씨가 춘천 유배(1616~1621) 중에 쓴 수상과 언론.

특히 2행은 梅不賣香(매불매향;매화는 향을 팔지 않는다)으로 줄여 뭇선비들의 좌우명으로 대유행했는데…

아래에 매화의 속성에 비유해 선비들의 상반된 모습을 풍자한 두 시를 보록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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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피다 / 정윤단

한겨울 추위 속 가지에 홀로 피었네
복사꽃 오얏꽃과 함부로 견주지 마라
그것들은 봄바람에 무수히 핀 거야

無題 / 鄭允端

歲寒氷雪裏 세한빙설리
獨見一枝來 독견일지래
不比凡桃李 불비범도리
春風無數開 춘풍무수개

鄭允端(정윤단)은 중국 원元나라 때 시인
獨見(독견): 남들이 보이지 못한 것을 혼자만 보이다
來(래): 오다 > 피다
1, 2행을 합쳐 우리말 한 줄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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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지다 / 포조

뜰에 나무 많으나 오로지 매화에 묻노라
어찌 너만 홀로 그러한가?
어허, 너는 서리 속 꽃 피고 이슬 속 열매 맺다가도
봄날 봄바람에 흔들리며 아양떨다
어허, 바람만 좀 불면 시들어 떨어지니
서리꽃 시늉뿐 서리꽃 아니야

梅花落 / 鮑照

中庭雜樹多 중정잡수다
偏為梅咨嗟 편위매자차
問君何獨然 문군하독연
念其霜中能作花 염기상중능작화
露中能作實 노중능작실
搖蕩春風媚春日 요탕춘풍미춘일
念爾零落逐風飆 염이영락축풍표
徒有霜華無霜質 도유상화무상질

포조(鮑照)는 중국 남북조시대 송(宋)나라의 시인
偏為(편위): 편들어, 오로지
咨嗟(자차): 물어 탄식하다
搖蕩(요탕): 흔들려 움직이다
零落(영락): 시들어 떨어지다
風飆(풍표): 회오리바람
霜華(상화)=상화(霜花): 서릿발, 서리꽃
霜質(상질): 서리의 성질
1, 2행과 4, 5행은 합쳐 각각 우리말 한 줄로 풀이
2행의 嗟(탄식하다)를 염두에 두어 4행과 7행의 念(생각하다)을 모두 '어허'의 감탄사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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