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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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2 00:28 | 최종 수정 2021.10.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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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가온 이 서 인
호랑이가 무서울까
쑥떡이 무서울까
보릿고개 한 구비 넘을 때
아이 하나 맞바꾼 모진 세월
계절은 다시 돌아
입춘이라는데
빈 쌀독에는 휑하니
겨울바람이 분다
겻불로 익힌 보릿대궁
한 줌 입에 털어 넣고
아이들은 하늘 향해
까르르 웃었다
시커먼 입술주위 훔치며
마당에 들어선
해맑은 아이 눈동자
엄마는 헛헛하니 주린 배
한 바가지 물로 채웠다
하얀 쌀밥 소쿠리 지어
미어지게 한입 먹일 날 있겠지
보릿고개 무사히 넘어가기를
엄마는 허리춤 추스르며
이장 집 밭 이랑 매러
발길 재촉한다
이서인
시마을문학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울신문 공생공사닷컴 칼럼니스트, 2019년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시·문학부문) 수상
시집: 『지금 너를 마중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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