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95) - 수능 응시 유형으로 본 변화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9.26 11:32 의견 0

1994년, 대입 전형 요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1985년 3월 발족한 교육개혁심의회에서는 4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으로는 고등정신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데다 고교 이하 교육기관에서 객관식 문항 대비 훈련을 하는 문제점을 개선하려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개혁심의회는 1986년 7월 대입학력고사를 대학교육적성시험으로 전환하는 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뒤 다양한 논의를 거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이름으로 4개 영역(언어, 수리Ⅰ, 수리Ⅱ, 외국어), 190개 문항, 200점 만점의 5지 선다형으로 유형을 확정하여, 1994학년도 입시에서 처음으로 실시하였습니다. 이후 변신을 거듭하였지만 이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 수능은 30회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수능 응시인원을 보면 10년 전과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10년 전 수능인 2013학년도에는 총 응시자 수가 62만 명 정도 되었습니다.

▲2013학년도 수능 영역별 응시자 현황


수리 영역은 ‘가’형과 ‘나’형으로 구분하여 출제하였는데, 응시자 비율은 각각 25.2%, 74.8%였다. 가형 응시자가 25%밖에 안 된다는 점, 과학탐구 응시자 중 수리 가형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 96,097명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대학 정원 대비 수리 가형 응시자가 적어 ‘이공계 기피현상’을 걱정했었습니다.

▲ 2013학년도 수능 수리 영역 응시자 현황


사회탐구 영역은 사회․문화, 한국 지리, 윤리,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한 응시자가 많았으며, 경제 지리, 세계사, 경제를 선택한 응시자는 적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아니었는데, 서울대가 이 과목을 지정하자 오히려 기피 과목이 되는 현상도 보였습니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각 과목의 Ⅰ을 많이 선택하였으며, 각 과목의 Ⅰ, Ⅱ 모두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 순으로 많이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물리학Ⅱ와 화학Ⅱ 응시인원에 비하면 거의 10배쯤 많습니다.

▲2013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선택과목별 응시자 현황


10년이 지난 현재 수능 응시자는 10년 전에 비해 11만 명 정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수학 가에 해당하는 미적분, 기하 응시자가 24만 명에 이릅니다. 비율로는 수학 응시자의 50% 정도입니다. 2013년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그 사이 ‘이공계 기피’가 ‘문송합니다’로 바뀌었죠. 절대 숫자로 보아도 15만에서 24만으로 9만 명이 늘었습니다.
2022학년도에 과학탐구 2과목에 응시한 학생은 20만 명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과학탐구 응시자 중 7, 8만 명이 쉬운 수학에 응시했었는데, 지금은 사회탐구 응시자 중 어렵다는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못하니 문과, 영어를 못 하니 이과’라는 공식이 깨지고 수학 과잉 시대가 되었습니다. 2022와 2023을 비교해 보면 미적분과 기하 응시자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현상은 2021과 비교해 보면 갑작스런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연도별 수능 응시자 현황 비교(2019~2022)

자세히 들여다보면,
▶ 매년 응시자는 지원자 대비 6만여 명이 적습니다. 그런데 지난 체제의 수능 마지막 해인 2021 수능에서는 미응시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 해에 특히 수능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 전형으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2 수능에서 미응시자는 다시 6만명 수준이 되었습니다.

▶ 수학 가형 응시자가 2013학년도에 25%, 2021학년도에 33%였는데, 2022학년도에는 수학 가형에 해당하는 미적분, 기하 선택 응시자가 46.8%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3학년도에는 더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응시생 수가 주는데도 미적분, 기하 응시자의 절대 숫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과학탐구 응시자 중 6, 7만명이 수학 나형에 응시했고 2021학년도에도 48,558명이 과학탐구과 수학 나형을 택했었는데, 지난 수능에서는 오히려 사회탐구 2과목 응시자 중 미적분 응시자가 8.377명, 기하 응시자가 2,163명으로 합해서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어려운 수학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에는 아주 드물었던 ‘사회탐구+어려운 수학’의 조합 선택학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사회과학계열 대학 지망자들이 학교에서도 미적분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수학의 벽이 없어지자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 사회탐구 선택자는 2019, 2020학년도에 비해 점점 줄고 있습니다. 10년 전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2022 사과탐 응시자 현황


2024학년 수능은 일시적으로 응시자 수가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응시자가 줄면 등급 내 인원니 줄어들어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대학은 지원자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수능 최저를 조금 낮춥니다. 2023 수시 전형에서 대학은 2022보다 수능 최저 기준을 조금 완화했습니다. 수험생이 줄 것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2024에는 더 낮아질까요? 이래저래 수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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