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 서예와 번역의 SNS 콜라보(20) - 늙은이의 유쾌한 일 여섯 가지

미 시카고의 서예가 지효(芝曉)와 서울의 번역가 이로미가 만나다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1.07 16:08 의견 0


늙은이의 유쾌한 일 여섯 가지 / 정약용

머리털 없으니 일쾌
이 없으니 이쾌
눈 어두우니 삼쾌
귀 먹으니 사쾌
붓 가는 대로 쓰니 오쾌
벗과 노니 육쾌

老人六快 / 丁若鏞

一快 髮鬜良獨喜 발간량독희
二快 齒豁抑其次 치활어기차
三快 眼昏亦一快 안혼역일쾌
四快 耳聾又次之 이농우차지
五快 縱筆寫狂詞 종필사광사
六快 時與賓朋奕 시여빈붕혁

[해설과 풀이]

원제는 老人一快事六首效香山體(노인일쾌사육수효향산체). '늙은이의 유쾌한 일에 관한 시 여섯 수를 香山(향산)의 스타일을 본받아 짓다'의 뜻. 향산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772~846)의 호. 그가 만년에 향산에 거처하여 그리 불림

조선 후기의 실학자 丁若鏞(정약용;1762~1836)의 글
출전: <茶山詩文集(다산시문집)> 제6권 松坡酬酢(송파수작)

아래에 老人六快(노인육쾌)를 원문에서 발췌, 순서대로 모아 풀이했습니다. 길지만 재미난 시… 가볍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머리털 없으니 일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첫째는
머리털 없는 것이라
머리털은 본디 군더더기요
다루는 법도 제각각이다
배우지 못한 자는 땋고
귀찮아하는 자는 깎는데
벼슬해 쌍상투를 틀자면 길이가 달라
번거롭기 끝이 없네
높이고 꾸미고
풀어헤치고 비녀 꽂고
망건(網巾)은 머리의 멍에이거니와
고관罟冠은 또 어찌나 더러운지
이제는 머리털 하나 없으니
무슨 병폐 있겠는가
감고 빗질하는 수고 있을 턱 없고
백발의 부끄러움도 털어버렸다
빛나는 머리 박통같이 희고
둥글기는 모난 발에 어울리고
어, 북창 활짝 여니
솔바람에 머리속이 다 시원하다
때묻은 말총 망건일랑
꾹꾹 눌러 상자 속에 버려두나니
평생 쓸모없는 예절에 얽매였던 사람이
드디어 쾌활 선비 되었도다


一首

老人一快事 髮鬜良獨喜 노인일쾌사 발간량독희
髮也本贅疣 處置各殊軌 발야본췌우 처치각수궤
無文者皆辨 除累者多薙 무문자개변 제루자다체
髺丱計差長 弊端亦紛起 괄관계차장 폐단역분기
巃嵷副編次 雜沓笄總縱 롱종부편차 잡담계총종
網巾頭之厄 罟冠何觸訾 망건두지액 고관하촉자
今髮旣全無 衆瘼將焉倚 금발기전무 중막장언기
旣無櫛沐勞 亦免衰白恥 가무즐욕로 역면쇠백치
光顱皓如瓠 員蓋應方趾 광노호백호 원개응방지
浩蕩北窓穴 松風洒腦髓 호탕북창혈 송풍쇄뇌수
塵垢馬尾巾 摎疊委箱裏 진구마미건 규첩위상리
平生拘曲人 乃今爲快士 평생구곡인 내금위쾌사

[해설과 풀이]

贅疣(췌우): 혹과 사마귀 > 군더더기
無文者(무문자): 학문이 없는 자 > 배우지 못한 사람
除累者(제루자): 누를 덜으려는 자 > 귀찮아하는 사람
髺丱(괄관): (관례(冠禮) 때) 쌍상투를 틀다
弊端(폐단): 번거롭다
巃嵷(롱종): 높이다(가파를 롱, 산 우뚝할 종)
編次(편차): 순서를 따라 편집하다 > 꾸미다
雜沓(잡답): 복잡하다 > 머리를 풀어헤치다
笄總縱(계총종): 비녀를 꽂아 머리를 세로로 모으다 > 비녀를 꽂다
網巾(망건): 상투를 틀 때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오지 않도록 머리에 두르는 그물처럼 생긴 물건
罟冠(고관): 그물 갓
塵垢(진구): 먼지와 때
拘曲(구곡): 법이나 규칙 등에 얽매여 융통성이 없음



이 없으니 이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둘째는
이 없는 것이라
반만 빠지면 참으로 괴롭고
다 빠져야 맘 편안하다네
한참 흔들릴 때엔
가시에 찔린 듯 시리고 아파
침놓고 뜸질해도 아무 소용 없고
눈물 찔끔거릴 만큼 쑤셨는데
이젠 걱정 없네
밤새도록 잠도잘 자고
고기도 가시와 뼈만 발라내면
전혀 거리낄 게 없고
잘게 썬 것은 물론이거니와
큰 고깃점도 씹어 삼킬 수 있고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제법 부드럽고 미끈하게 끊을 수 있나니
이 없다고
기죽어 먹고픈 걸 못 먹지 않는다오
욱적욱적 다만 위아래 턱 움직여
우물우물 씹는 모양 좀 부끄러울 뿐야
이제부턴 사람의 질병이
사백네 가지 안 되리니
유쾌하도다! 의서(醫書) 속에서
치통 두 글자 빼버려야겠네

二首

老人一快事 齒豁抑其次 노인일쾌사 치활어기차
半落誠可苦 全空乃得意 반락성가고 전공내득의
方其動撓時 酸痛劇芒刺 방기동요시 산통극망자
鍼灸意無靈 鑽鑿時出淚 침구의무령 찬착시출루
如今百不憂 穩帖終宵睡 여금백불우 온첩종소수
但去鯁與骨 魚肉無攸忌 단거경여골 어육무유기
不唯呑細聶 兼能吸大胾 불유탄세섭 불유흡대자
兩齶久已堅 頗能截柔膩 양악구이견 파능절유니
不以無齒故 悄然絶所嗜 불이우치고 초연절소기
山雷乃兩動 嗑嗑差可愧 산뢰내양동 합합차가괴
自今人病名 不滿四百四 자금인명병 불만사백사
快哉醫書中 句去齒痛字 쾌재의서중 구거치통자


[해설과 풀이]

豁抑(활억): 비고 물러나다 > 없다
得意(득의): 마음에 꼭 들다
鍼灸(침구): 침과 뜸
鑽鑿(찬착): 뚫다 > 쑤시다
穩帖(온첩): 편안하다
終宵(종소)=終夜(종야): 밤새도록
不唯(불유): ~뿐만 아니라
悄然(초연): 의기가 떨어져 기운이 없는 모양
山雷(산뢰): 산에 치는 우레 > 이 없이 잇몸으로 음식물을 씹는 소리를 형용 > 욱적욱적
嗑嗑(합합): 입 다물다 > 입을 꼭 다물고 음식물을 씹는 모양 > 우물우물
四百四(사백사): (한의학) 사람의 오장에 있는 405종의 병 중 죽을 병을 제외한 404종을 가리킴. (불교) 사람의 몸에서 땅, 물, 불, 비람의 네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얻는 병으로, 한 요소마다 101개씩 모두 404개를 가리킴



눈 어두우니 삼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셋째는
눈 어둔 것이라
다시는 예기(禮記)의 주석까지 따질 것 없고
주역(周易)의 점괘도 더 연구할 것 없어
평생 글자 봐왔던 일일랑
하루아침에 내버릴 수 있게 됐네
옛날 책들은 가증스럽기까지 했어
파리 대가리 만한 글자들 검부러기 같아
글은 그저 입으로 떠들 뿐이고
날짜도 셈하질 못하겠고
슬프게도 경서(經書) 주석을 보며
뒷사람들이 글자에 의지해
송나라 학문이 이러쿵
한나라 기록이 저러쿵
이젠 안개 속 꽃처럼 눈 흐려
번거롭게 두 눈 부릅뜨거나 흘길 일 없고
옳고 그름도 이미 다 잊었으며
말다툼할 일 또한 줄었다
어허, 물빛 산빛으로
충분히 글자 삼을 만해

三首

老人一快事 眼昏亦一快 노인일쾌사 안혼역일쾌
不復訟禮疏 不得硏易卦 불복송예소 부득연역괘
平生文字累 一朝能脫灑 평생문자루 일조능탈쇄
生憎汲古板 蠅頭刻纖芥 생증급고판 승두각섬개
六卿郊外去 再閏何時掛 육경교외거 재윤하시괘
嗟哉望經注 後人依樣畫 차재망경주 후인의양획
唯知駁宋理 不恥承漢註 유지박송리 불치승한주
如今霧中花 無煩雙決眥 여금무중화 무번쌍결자
是非旣兩忘 辨難隨亦懈 시비기양망 변난수역해
湖光與山色 亦足充眼界 호광여산색 역족충안계


[해설과 풀이]

禮疏(예소): 예기(禮記)의 주석
易卦(역괘): 주역(周易)의 점괘
脫灑(탈쇄): 속된 것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하다
生憎(생증): 밉살스럽다
汲古(급고): 고서를 탐독하는 일
蠅頭(승두): '파리 머리'의 뜻으로 작은 것을 비유
纖芥(섬개): 검부러기
六卿(육경): 주(周)나라 때 육관六官의 우두머리로 천관(天官)의 우두머리로 궁중의 일을 맡아보던 총재(冢宰), 지관(地官)의 우두머리로 내정과 교육을 맡아보던 사도(司徒), 춘관(春官)의 우두머리로 제사와 예악을 맡아보던 종백(宗伯), 하관(夏官)의 우두머리로 군사를 맡아보던 사마(司馬), 추관(秋官)의 우두머리로 사범과 외교를 맡아보던 사구(司寇), 동관(冬官)의 우두머리로 제조와 공작을 맡아보던 사공(司空)을 말함
六卿郊外去(육경교외거): 육경은 교외로 나갔거니와 > 글은 그저 입으로 떠들 뿐이고[중국 춘추시대에 정(鄭)나라의 육경이 자신들의 나라로 사신을 온 진(晉)나라 한선자(韓宣子)를 교외로 나가 송별했는데, 한선자가 그들에게 각각 시를 지어 노래 불러달라고 청하자, 육경 가운데 자차(子齹)는 야유만초편(野有蔓草篇)을 노래하고, 자산(子産)은 고구편(羔裘篇)을 노래하고, 자태숙(子太叔)은 건상편(褰裳篇)을 노래하고, 자유(子遊)는 풍우편(風雨篇)을 노래하고, 자기(子旗)는 유녀동거편(有女同車篇)을 노래했던 고사(<左傳> 昭公 十六年)로, 즉 눈으로 책을 보지 않고 그냥 외워서 노래한 것을 말함]
再閏(재윤): 태음력에서, 3년 만에 한 번씩 윤달을 따로 두고 다시 남는 날을 다섯 번 합쳐서 두는 윤달
再閏何時掛(재윤하시괘): 재윤은 언제쯤 걸어볼 것인가 > 점도 치질 못하겠고 > 날짜도 셈하질 못하겠고
<주역(周易)>계사(繫辭)에 '5년에 다시 윤달이 듦으로, 다시 손가락 사이에 점을 칠 산가지를 끼워서 본다(五歲再閠 故再扐而後掛 오세재윤 고재륵이후괘)'고 한 데서 온 말
樣畫(양획): 모양과 획 > 글자
宋理(송리): 성리학(性理學). 중국 송宋나라 때 완성된 유학의 한 갈래로, 주희(朱熹;1130~1200)가 정리했다고 하여 ‘주자학(朱子學)’이라고도 부르며, 성리학을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 사상으로 삼은 조선시대에 크게 발달
辨難(변난): 서로 말다툼하다


귀 먹으니 사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넷째는
귀 먹은 것이라
세상 소리 좋은 게 없고
모두 시시비비뿐이니
헛된 칭찬 하늘까지 솟고
못된 속임수 구렁텅이로 빠져드네
예의 무너진 지 한참이라
아이들 버릇없고 약기만 하구나
날개미들 용에 덤비느라 앵앵
생쥐들 사자를 밟느라 찍찍
허나, 솜으로 귀 틀어막지 않아도
천둥소리 점점 가늘게 들리고
다른 소리 아예 들리지 않아
낙엽을 보고야 바람 부는 줄 아니
파리 날아도 윙윙 지렁이 꿈틀대도 윙윙
난리가 난다 한들 뉘 알까
집안 어른 노릇 해야 할 처지에
귀 먹고 말 못해 큰바보 되었다네
아무리 좋은 약(磁石湯)이라도 있으나마나
크게 웃고 의원 한번 꾸짖으리

四首

老人一快事 耳聾又次之 노인일쾌사 이농우차지
世聲無好音 大都皆是非 세성무호음 대도개시비
浮讚騰雲霄 虛誣落汚池 부찬등운소 허무락오지
禮樂久已荒 儇薄嗟群兒 예악구이황 현박차군아
譻譻螘侵蛟 喞喞鼷穿獅 앵앵의침교 즉즉혜천사
不待纊塞耳 霹靂聲漸微 불대 광색이 벽력성점미
自餘皆寂寞 黃落知風吹 자여개적막 황락지풍취
蠅鳴與蚓叫 亂動誰復知승명여인규 난동수부지
兼能作家翁 塞黙成大癡 경능작가옹 색묵성대치
雖有磁石湯 浩笑一罵醫 수유자석탕 호소일매의


[해설과 풀이]

耳聾(이롱): 귀가 먹어 들리지 않다
大都(대도): 대부분
雲霄(운소): 구름 낀 하늘
汚池(오지): 물이 더러운 못 > 구렁텅이
譻譻(앵앵): 새나 날벌레가 우는 소리 > 앵앵
喞喞(즉즉): 생쥐 소리 > 찍찍
霹靂(벽력): 천둥, 벼락
黃落(황락): 나뭇잎이나 과실이 누렇게 되어 떨어지다
家翁(가옹): 집안 어른
塞黙(색묵): 귀 멀고 말 못하다
大癡(대치): 큰바보
磁石湯(자석탕): 면흑(面黑), 신허이롱(腎虛耳聾), 요배통(腰背痛), 요협통(腰脇痛)을 치료하는 처방. 여기서는 '좋은 약' 정도로 풀이



붓 가는 대로 쓰니 오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다섯째는
붓 가는 대로 쓰고 미친 듯 말하는 것이라
운자(韻字)에 꼭 매달릴 것도 없고
퇴고(推敲)에 꼭 매달릴 것도 없어라
흥이 나면 바로 뜻 살리고
뜻이 되면 바로 써 내려가되
나는 조선 사람이라
그저 조선 시 지을 뿐
각자 자기 식대로 쓰면 그만이지
잘못됐다 따질 자 누구인가
저마다 다른 격식을
먼 데 사람이 어찌 알겠소
남 깔보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李攀龍)이
우리더러 오랑캐(東夷)라 조롱했는데
나중에 다른 중국 사람(袁宏道)이 그를 배격했어도
우리는 별 말 안 했네
기는 놈 위의 걷는 놈이
어찌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을 알겠는가
나는 한유(韓愈)의 시를 좋아하노니
여자가 쓴 시 같다 비웃을까 겁나지만
그렇다고 슬픔을 꾸미느라
정말 창자를 끊으려 애쓰겠는가
배와 귤 각기 맛이 다르니
저 좋은 걸 골라 먹으면 그뿐!

五首

老人一快事 縱筆寫狂詞 노인일쾌사 종필사광사
競病不必拘 推敲不必遲 경병불필구 퇴고불필지
興到卽運意 意到卽寫之 흥도즉운의 의도즉사지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 아시조선인 감작조선시
卿當用卿法 迂哉議者誰 경당용경법 우재의자수
區區格與律 遠人何得知 구구격여률 원인하득지
凌凌李攀龍 嘲我爲東夷 릉릉이반룡 조아위동이
袁尤槌雪樓 海內無異辭 원우퇴설루 해내무이사
背有挾彈子 奚睱枯蟬窺 배유협탄자 해가고선규
我慕山石句 恐受女郞嗤 아모산석구 공수여랑치
焉能飾悽黯 辛苦斷腸爲 언능식처암 신고단장위
梨橘各殊味 嗜好唯其宜이귤각수미 기호유기의

[해설과 풀이]

狂詞(광사): 미친 듯이 하는 말, 깊이 생각할 것 없이 그때 그때 내뱉는 말
競病(경병): 시를 짓는 데 어려운 운자(韻字)를 쓰는 것
推敲(추고/퇴고): 두드릴 고, 밀 추.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는 것
區區(구구): 제각기 다름
李攀龍(이반룡; 명(明)나라 시인(1514~1570). 그의 문장은 힘차고 수사학에 뛰어나지만 난해하고, 시는 격조가 높지만 지나치게 모방했다는 평
袁(원): 명(明)나라 시인 원굉도(袁宏道;1568~1610)를 가리킴. 그는 이반룡의 복고적인 격식을 배격하고 자유로운 개성을 강조함
雪樓(설루): 이반룡의 서실 이름인 백설루(白雪樓)의 준말
海內(해내):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라는 뜻으로, '나라 안'을 일컫는 말 > 우리나라 > 우리
背有挾彈子 奚睱枯蟬窺(배유협탄자 해가고선규): '등 뒤에서 화살을 겨누는데, 매미를 쳐다볼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의 뜻.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음을 비유. 장자(莊子)가 밤나무 숲에서 이상한 까치를 발견하고 그 까치를 잡기 위해 활에 화살을 끼우고 있었는데, 이때 보니 사마귀는 신이 나게 울고 있는 매미를 노리고, 그 뒤에서는 이상한 까치가 그 사마귀를 노리고, 또 그 뒤에서는 장자 자신이 그 이상한 까치를 노리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莊子> 山木)
山石(산석): 당(唐)나라 시인 한유(韓愈;768~824)의 시 '山石'을 가리킴
女浪(여랑): 사내 같은 기질과 재주가 있는 여자로, 여기서는 '여자가 쓴 시 같다'는 뜻
悽黯(처암): 슬프고 울적함
辛苦(신고): 괴롭고 힘들게 애쓰다
斷腸(단장):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처럼 깊은 슬픔을 나타내는 말

벗과 노니 육쾌

늙은이의 유쾌한 일 중 여섯째는
때때로 벗과 바둑 두는 것이라
반드시 하수와 대국하고
강한 상대는 기필코 피하노니
억지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하다보면
얼마든지 힘이 남기 때문일세
도를 닦자면 어진 스승을 구해야 하고
일을 꾀하자면 좋은 책력을 구해야 한다네
알차게 살며 뮌가 이루는 것도 좋지만
빈둥빈둥 놀며 한가로운 것도 좋아
뭐하러 힘들게 강적과 마주하며
스스로 곤욕을 치른단 말인가
낮게 나는 기러기를 쏘아 맞춘다는 생각으로
설렁설렁 상대에게 패하지 않고
늘 편안함으로 고단함을 방비하니
순조롭기만 하고 거슬림 없어라
세상 사람들 참 이상도 해라
무슨 생각 그리 간사한지
일할 땐 겸손 떨며 아첨하기 좋아해
어리석은 자를 윗사람으로 두고
놀 땐 제 능력을 못 헤아려
일류 고수에게 대들려고 생각하네
바둑 두며 더위와 볕을 쫒아버리기만 하면 그만이지
정진해 어디에 쓰랴


六首

老人一快事 時與賓朋奕 노인일쾌사 시여빈붕혁
必求最拙手 掉頭避强敵 필구최하수 도두피강적
行其所無事 恢恢有餘力 행기소무사 회회유여력
業道求賢師 學算就巧曆 업도구현사 학산취교력
實事宜躋攀 虛嬉貴閑適 실사의제반 허희귀한적
何苦對就寇 自取遭困阨 하고대취구 자취조곤액
一念射蜚鴻 猶然不敗績 일념사비홍 유연불패적
恒以逸待勞 怡然順無逆 항이일대로 이연순무역
頗怪世上人 志趣乃乘僻 파괴세상인 지취내승벽
於德悅卑諛 庸愚充上客 어덕열비유 용우충상객
於戱不自量 國手思對席 어희부자량 국수사대석
聊以送炎曦 精進竟何益 료이송염희 정진경하익


[해설과 풀이]

賓朋(빈붕): 손님으로 대접하는 좋은 친구
拙手(졸수): 서투른 솜씨 > 하수下手
掉頭(도두): 머리를 흔들다. 곧 어떤 일을 부정하는 모양
行其所無事(행기소무사): 다음의 <맹자(孟子)>의 이루(離婁)의 글 참고. 禹之行水也 行其所無事也 (우지행수야 행기소무야;우왕(禹王)이 물을 흘러가게 함은 그 억지로 함이 없이 물을 터놓은 것이다)
恢恢(회회): 넓고 큰 모양 > 얼마든지
業道(업도): 삼도(三道)의 하나. 삼도란 (1)번뇌도(煩惱道): 이치와 현상에 대한 미혹 (2)업도(業道): 이치와 현상에 대한 미혹으로 일으키는 그릇된 행위와 말과 생각 (3)고도(苦道): 그릇된 행위와 말과 생각을 일으킨 과보로 받는 괴로움
巧曆(교력): 좋은 책력
實事(실사): 알찬 일
躋攀(제반): 높은 곳을 더위잡고 오르다 > 성취하다
虛嬉(허희): 빈둥빈둥 놀다
就寇(취구)=强敵(강적): 高手(고수)
困阨(곤액): 곤란과 재액
蜚鴻(비홍): 강가에서 (곤충처럼) 낮게 나는 기러기
猶然(유연): 태연한 모양 > 설렁설렁
怡然(이연): 즐기워하는 모양
志趣(지취): 의지와 취향
德(덕): 일(work)
庸愚(용우): 어리석은 사람
國手(국수): 어떤 기술(바둑, 장기 따위)에 있어서 수가 한 나라 가운데 일류가 되는 사람
炎曦(염희): 더위와 햇빛
精進(정진): 정력을 다해 나아가다, 아주 열심히 노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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