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립스틱 하우스(2) 소변을 받으면서

한 요양병원의 시한부 소녀환자의 손에서 떠나지 않던 빨간 립스틱… 그녀는 얼마 남지 않는 날들의 희망을 립스틱으로 그려갔던 게 아닐까? 정한일 작가의 <립스틱 하우스>는 그렇게 지어졌다. 간병 5년차… 그의 일기를 펼친다.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10.15 15:42 | 최종 수정 2021.10.15 18:59 의견 0

차례
1. 5월 9일 어머니의 꽃
2. 5월 13일 소변을 받으면서
3. 5월 16일 974호실의 하루
4. 5월 17일 빗소리처럼
5. 5월 18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1
6. 5월 20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2
7. 5월 21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3
8. 5월 24일 가위바위보
9. 5월 25일 코를 골다
10. 5월 25일 똥의 화증(火症)
11. 5월 26일 아이들에게
12. 5월 29일 어떡하지?
13. 5월 29일 맡기다
14. 5월 31일 리포트 - 식욕에 관하여
15. 5월 31일 연애꾼처럼
16. 6월 01일 파랑새 면회 가기
17. 6월 02일 일희일비(一喜一悲)
18. 6월 04일 리포트 - 운동에 관하여
19. 6월 05일 립스틱이 필요해
20. 6월 06일 립스틱으로 그린 집

5월 13일, 소변을 받으면서

인생의 막바지는 창피함을 이겨내고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당신은 이겨내고, 나는 받아들이고… 어긋나면 투병도 간병도 불편하다.

'네게 고추를 맡기는 데 88년이 걸렸구나.'

'네, 아버지의 고추를 쥐는 데 저는 64년이 걸렸어요.'

병실엔 어디에나 고참이 있어… 먼저 들어온 환자가 고참! 아버지는 입원한 지 일 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두 번째다. 하지만 그래도 고참은 고참인지라 며칠 전 창가 자리로 침대를 옮겼다. 아버지와 나는 동시에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인생의 막바지 교훈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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